유스보이스




출처: 유스보이스 홈페이지 (https://youthvoice.or.kr/)




22년도 청세담(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과 한 인터뷰에서 “십 대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질문을 해 주는 어른’입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굉장히 인상 깊은데요, 왜 이런 답변을 하셨으며, 2년 정도가 지났는데 혹시 답변이 변하셨다면 혹은 변하지 않으셨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변하진 않았습니다. 특히 청소년들하고, 20대로 넘어가는 20대 초반도 별다르지 않은데, 환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에게는 남들 대다수가 가는 대입이나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10대들에게는 멋진 커리큘럼이나 멋진 장소보다는, 그 커리큘럼과 장소에 ‘어떤 어른’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어른은 청년일 수도 있고, 더 나이가 많을 수도 있고. 어른들이 그 청소년들을 만나 어떤 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학원이나 수련관 등의 장소에 본인이 주도성을 갖고 간다는 건, 장소나 프로그램이 멋질 수도 있지만, 그걸 운영하는 성인, 청년, 어른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싶어서 가는 목적이 큽니다. 저만 해도 (처음 유스보이스에) 왜 갔을까 생각해 보면, 거기서 만난 어른들,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어른들이 있어서 갔습니다.

질문을 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건, 미래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에게도 지금을 들여다봐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중에 대학 어디 갈래’, ‘뭐 할래’라는 질문들이 대다수인 것처럼 미래를 좇는 청소년기에, 오늘 뭐헸고, 어젠 무슨 감정 느꼈고, 요즘 고민이 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해주는 어른이 있다면, 그렇게 오늘을 잘 쌓아가다 보면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입은 워낙 중요한 화두로 잡혀있고, 이를 뿌리치고 다른 활동을 하기에는 심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청소년기에 ‘나다움’은 굉장히 추상적일 수 있지만 중요합니다. 나다움은 스스로를 잘 들여다보게 해주는 시간과 경험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들여다보게 해주는 경험이요. 본인 스스로 그러한 시간을 갖기에는 방법도 모르고, 불안하고,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지요. 그런데 사실 내가 왜 공부해야 하고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알고 공부하는 것과, 모르고 공부하면서 10대를 보내는 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그런 질문을 해주는 어른들이 필요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트레이닝 과정이나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나요?

‘나’에 대한 질문 리스트를 많이 던져줍니다. OT를 할 때도, 학년, 학교, 나이 이런 거 말하지 말자고 해요. 그걸 빼고, 그냥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3가지 단어로 날 표현하기 등으로 소개하자고 하면, 나의 관심사나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설명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대표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표현하셨는데요, 이런 인터뷰의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생각들이 있을까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좋은 건, 제가 하는 일들을 타인에게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자 경험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 얘기를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제 사업을 전달할 때는 명료해야 하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인터뷰 경험들로 ‘아, 우리 얘기가 굉장히 추상적이었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알게 되고요. ‘나다움’을 표현할 때, 한 줄로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면, 너무 길거나, 딱딱하기도 하고, 너무 추상적인 거예요. 교육단체라 하기에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인터뷰하는 시간이 이런 것들을 간결하게 잘 정리할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되더라고요.







청소년들이 질문을 받고 자신을 표현하거나 할 때, 청소년들도 스스로에 대해 인식하거나 하는 순간들이 있나요?

많은 것 같습니다. OT나 첫 만남 때면 꼭 3가지 단어로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어렵거나 힘들어합니다. 어찌 보면 정보를 외워 와서 발표하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 소개하는 건데도, ‘열 몇 살, 어느 학교 몇 학년 누구 입니다~’ 빼고 하라니까 어려워합니다. 왜 이게 어려울까, 그런 경험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본인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이 많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정보들도 많을 텐데, 이를 설명하는 시간, 생각하는 시간조차 없었던 거니까. 그래서 처음 자기소개 시간부터가 ‘아, 나 이런 거 잘했고, 관심 있었지, 좋아했지’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알을 깨 가는 순간인 거죠.




대표님의 인터뷰들을 읽어보면서 대표님이 이 일을 계속하는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느껴졌는데요, 가령 참가자가 삶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며 내면에서부터 변화를 체감하는 결과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 등이요, 대표님께서 이 일을 계속 하시는 동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흐름을 따라오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제가 유스보이스를 계속 하는 이유는, 제가 10대 때 유스보이스를 통해 받았던 경험들이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잘 그려질 만큼 소중하고 즐거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냥 어려운 10대보다는, 즐거웠던 10대로 기억될 수 있는 추억의 한 조각을 만들어주는 곳이 유스보이스였어요. 그게 좋아서 10대 때부터 유스보이스의 행사가 있다 하면 꼭 가서, 또래 친구들, 우리를 존중해주는 (그때는 존중이라는 걸 몰랐지만) 어른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10대에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반말보다, 존중하면서 물어봐 주고, 청소년이자 한 사람으로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경험이 좋아 계속 찾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인턴을 하고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유스보이스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10대 때 받은 즐거움, 자유롭게 뭔가 해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험, 그런 경험을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주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끝나고 나면 처음으로 자기 걸 해봤다던지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성취감이 큽니다. 청소년 사업은 과정은 힘들지만,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바로 성취가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요.

청소년들은 그때그때 답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고, 평가받는 시기에 살고 있잖아요. 저희는 청소년들이 잘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자꾸 물어보지 않고 기다립니다. 끝나고 얻는 성취감들이 계속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유스보이스 같은 조직은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동력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만들려고 노력도 합니다.




청소년 사업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이해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저항감이나 좌절감을 헤쳐나가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제가 직원일 때는 억지로 힘을 끌어 써야 할 때도 있었다면, 지금은 대표니까, 먹고 살아야 된다, 생존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 10대들을 만나고 했을 때, 그들도 유스보이스가 하는 일들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잘 알지만, 거기서 그치거나 실행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20대가 돼서, 대학에 가서 한다거나 하는데, 유스보이스에서는 10대부터 건강하게 성장해야 20대도 건강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그런 문제들을 계속 해결해 가고 싶습니다.

요즘은 10대들을 만나는 게 더더욱 어려워졌어요. 20대는 그래도 시간에 대한 통제권이 본인들에게 있는데, 10대는 보호자나 학교에 통제권이 많은 편이죠. 그렇게 힘듦에도 10대들을 계속 만나려고 하는 건, 10대부터 자아라는 게 형성되면서 끊임없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돼서도, 3-40대가 돼서도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계속 고민하는데, 그게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요. 그래서 10대부터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내가 흔들릴 때도, ‘나는 이런 강점이 있으니까, 이런 것부터 시도해보자’하고 내가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과 누가 시키는 것만을 해본 경험은 시작점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10대 때부터 내 안의 무언가를 발견해 보고, 시도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해보고, 그 안에서는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저는 항상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깜찍하고 발랄한 상상을 해보자면요, 인간 김재순이, 유스보이스 김재순 대표를 인터뷰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면, 혹시 어떤 질문을 던져보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사업적인 것까진 잘 모르겠는데, 다시 대표를 할 거냐 말 거냐 하는 질문을 할 것 같아요.(웃음) 여전히 고민입니다. 다시 할 것 같기는 한데,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저에게는, 깜찍발랄한 상상이니까, 안 했어도 충분하게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유스보이스 대표를 하면서의 어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제 스스로 외연이 많이 확장된 것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성장했고, 문제해결 능력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아진 건 있는데, 사업을 동료와 함께 이끌어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실감하기도 합니다. 조직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혼자 했던 것과 달리, 조직과 사람과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건 참 쉽지 않다는 경험을 한 것 같네요.




만약 유스보이스가 창작 지원이라는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나다움을 탐색하고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나요? 그 이유는요?

유스보이스가 독립한 지는 4~5년 됐지만, 그때부터 계속 미디어, 예술 교육을 쭉 해왔다 보니, 지금도 창작이라는 방법이나 도구를 놓지 않고 계속해 오고 있어요. 나다움이라는 게 혼자만 알고 담는 거라면 일기장에 쓰면 되는데, 나다움은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아가고 탐구하고 하는 시각이나 역량들을 키우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고요. 저 사람은 나와 다른데?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함께 프로젝트도 하고, 삶을 함께 살아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순간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창작’을 해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창작은 자신의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에게 A4 종이 한 장 주면서 ‘나다움, 자기다움을 한 번 찾아봅시다’ 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형식보다는 스스로가 행동하고 움직이는 형태를 취하고 싶었어요. 많이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무엇보다 재밌어야 하는데, 미디어나 창작은 즐거운 경험이잖아요. 보통 초등학교 이후로 청소년들은 이런 경험이 끊기고, 전공을 이쪽으로 하지 않으면 해볼 일이 없고, 미디어를 바라보는 방향도 좁혀지는데, 그런 게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잃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술작가가 아니어도, 진로로 택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창작’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가져가고 있습니다.

어느 교육에서도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는 형태로 결과물이 나오고, 이 작품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러다 보면, 내향적인 아이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품에서 굉장히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거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고, 창작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고, 서로가 표현된 작품을 통해 나누는 과정들이 있지요. 그래서 나다움을 찾고 탐구하는 여정에서는 이 ‘창작’이라는 도구가 꽤 쓸모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닌 다른 방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출처: 유스보이스 홈페이지 (https://youthvoice.or.kr/)




나다움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할 때,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다양성이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이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어떤 활동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유스보이스 참여가 최선이니 차선이나 다양한 접근의 관점에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청년들이 확실히 사회문제에 대해 인식을 갖고 있다고 느껴져요. 그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환경’인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은 환경에 대한 문제 인식, 동물, 인권 등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이를 알아가기 위해 처음부터 거대하게 시작하기보다, 관련한 봉사활동을 검색해 보거나 하면서 본인이 지금 관심갖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문 두드려 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단체나 사업들이 많다는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모르는 청년들이 더 많고, 정보가 잘 가닿지 않으니 그런 인식을 깨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고요. 그걸 알면 본인이 좀 더 관심 가질 만한 사회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희가 만나는 청소년들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학교를 다니는 학생, 안 다니는 학생, 대안학교, 지역, 나이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각자의 나다움을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주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스스로 경험하겠구나 싶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채식하는 사람이 있는지 질문도 받고,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로 여기는 그런 과정에서요. 그게 소수자일 때는 사실 좀 불편하고, 먼저 의견을 제시하는 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측면에서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해 주고 존중하는 것을 다양성이라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는데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 더 어렵겠지요. 나는 굉장히 대중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부분은 누구보다 다르게 생각하고 있네, 이런 부분에선 소수자네 하는 생각과 경험들이 다양성인 것 같아요.




TMI(Time for My Inside)라는 장치(?)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처음에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고, 어느 정도 효용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TMI는 내면의 시간을 찾는 시간이라는 용어인데, 저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제가 20년 전 청소년기 때와 지금, 환경이나 디지털 등 사회는 엄청 달라졌지만, 10대들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비슷하거든요. 우리 모두가 대부분 알다시피, OECD 조사에 따르면, 항상 대한민국 청소년 삶의 질은 굉장히 하위권에 있고, 불행하고, 자살률이 높아요. 왜 이렇게 청소년들의 삶은 불행하고 힘들까? 단순히 공부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바라보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대학을 없애라는 것밖에 없잖아요. 현실적이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도 없고요.

어떤 상황일 때 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이들이 직접 선택한 걸 할 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행이나 휴일이 즐거운 이유가 어딘가로 떠나거나 쉬어서도 있지만, 그 시간을 오롯이 내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학생들이 일주일에 평균 55시간 이상을 공부하는 데 쓰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직장인은 보상을 받고 본인이 그 직장을 선택한 건데, 10대는 당장 보상이 오는 것도 아니고, 선택한 것도 아니니 당연히 불행해질 수밖에요. 청소년의 삶을 다 해결해 줄 순 없지만, 잠시나마 시간의 틈을 발견해서 30분이라도 스스로의 시간을 보냈으면 했어요.

그리고 시간과 함께 돈도 주면 더욱 좋잖아요. 제가 청소년으로 유스보이스에 참여했던 20년 전에 70, 100만원을 줬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청소년에게 돈 주는 게 괜찮냐, 불안하지 않냐 하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 청소년들은 작은 거 하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써요. 그래서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하는 활동에 필요한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신뢰라고 생각했어요.

예전과 달라진 건, 예전에 미디어 창작을 원하는 아이들은 메시지, 원하는 게 있던 아이들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만나고 싶은 청소년들은,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인데도, 메시지가 없는 청소년들이에요. 나다움을 어떻게 찾지? 그게 뭘까? 그게 어려우니 그 과정을 우리가 같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게임 형식으로 미션을 클리어하는 형식의 TMI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발칙하고 엉뚱한 미션들이 많아요.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고, 일몰을 바라보고, 나다움은 앉아서 써보라 하면 안 나와요. 저와 동료들의 경험에서 나온 미션들인데, 일몰을 멍하니 바라볼 때, ‘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 나다움을 발견하게 된다고 봐요. 질문을 주고 답 찾으라는 게 아니라, 행동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게 미션입니다. 미션을 다 하고, 그때 생각했던 걸 적으면 미션 클리어!입니다. 미션 당 시급으로 계산해서 5만원씩 책정하고 있어요. 5개 미션을 했다면 25만원을 받는 거죠. 그렇게 주면서 아이들에게 돈이라는 개념도 알게 하고, 나다움, 나를 소중히 하는 것, 나다움을 찾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길 바랬던 것도 있어요. 알바는 내가 타인을 위해 쏟은 시간에 대한 대가를 받는 거고, 회사 직원들도 조직에 자신이 기여한 걸 돈으로 받는 것처럼, TMI에서 주는 돈은 자신을 위해 쓴 만큼 받는 거에요. 나를 위해 생각하고 사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도록 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TMI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떠했고, 특히 반응이 좋았던 TMI가 있었나요?

편차가 조금씩 있어요. 미션들은 4일 동안 한 개밖에 못해요. 한번에 몰아서 하는 걸 방지하고, 나다움이라는 건 갑자기 한 번에 몰아 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습관처럼 찾아가는 것이라는 걸 알도록 하기 위해서에요. 하루에 1분, 5분이라도 나를 들여다보듯, 4일 동안 한 개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어요. 하기 싫은 미션을 넘길 수 있는 미션 패스도 한 번밖에 못 합니다. 싫어도 해봐야 한다는 뜻이죠. 세계는 굉장히 다양한 생각들이 많은데, 알고리즘 시대라 좋아하고 보고 싶은 것만 추천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내가 그렇게 안 해도 주변이 편협한 시각을 갖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싫고 부담스러운 것도 해보도록 합니다. 싫어하는 것도 해보면서 생각보다 이런 거 좋아하네 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고요.

청소년들이 좋아했던 건 ‘일몰 한 시간 바라보기’였어요. 일몰은 매일 일어나고 언제든 바라볼 수 있는 건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파트너십을 맺어서 미션을 같이 하는 곳들도 있어요. 도서관에 청소년들이 와야 할 수 있는 미션이 있어서, 도서관에 가서 무언가 해보기 같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요,

TMI 웰컴키트 안에 씨앗이 들어있는데, 미션에 참여하는 동안 그걸 키우게 해요. 처음 키우는 반려식물이라 생각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누구는 못 키우거나 잘 키우고, 조금만 키우고 하는데, 그걸 다 같이 나눠요. 그리고 이야기 합니다, 나다움을 발견해 가는 건 반려식물을 돌보는 일과 비슷한 거다. 매일매일 들여다봐 주는 게 식물을 키우는 거고, 흙을 만져봐야 하고, 말랐는지 안 말랐는지 살피고, 물을 언제 줘야 하고, 물 한 번 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해야 나다움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또 다른 형태의 청소년 나다움을 찾게 하는 조직이 만들어지려면, 우리 사회 혹은 청년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청년들도 나다움을 찾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을 본인이 스스로 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갑자기 혼자 개별로 하기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굉장히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를 해본다면, 봉사를 더 잘 하기 위해, 참여하도록 하려면 스스로가 어떠한 사람이고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이어서 자연스럽게 나 이외에 사회를 바라보는 다음 스텝들이 생기더라고요. 나는 이런데, 다른 곳은 어떻지? 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는 게 봉사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요?




유스보이스를 통해 청소년들이 좋은 청년 혹은 어른을 만나고 경험하는 기회가 매우 소중하다고 느껴졌는데요, 혹시 유스보이스가 더 많은 좋은 청년과 어른을 청소년과 연결하기 위한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방법들도 궁금합니다.

청소년기에 나다움,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후속 커뮤니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 커뮤니티는 TMI에 1~3년 동안 참여했던 청소년과 이제는 청년이 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유스보이스’라는 조직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이 또래 멘토로서 참여하여 공감과 지지를 제공하는데,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본 청소년들이 주는 공감과 멘토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후속 모임을 만들고 있어요. 후속 커뮤니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지원하고, 유스보이스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활동에 공감해 참여하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교육자와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앞으로 대학생, 청소년과 나이 차이나 세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청년들이 유스보이스를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는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20대 청년들도 와서 청소년들이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같이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이 공감을 받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 되거든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주변에 친척이 아닌 이상, 20대나 대학생과 가깝게 대화하는 관계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글을 읽고 있을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청년들도 대부분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탐구를 할 수 있는 안전한 사유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오늘부터라도, 하루에 단 5분, 10분 정도라도, 오늘 내가 어땠는지 들여다봐 주는 건강한 습관을 한 번 길러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게 타인을 위해 나의 시간을 쏟는 봉사활동의 첫 걸음이 될 거라 생각해요.